[재가복지] 2014년 국배달지원사업 기관 인터뷰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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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의 벽을 소통의 다리로 만드는 국 한 그릇
홀로사는 어르신을 위한 국배달 지원사업
2014 홀로사는 어르신을 위한 국배달 지원사업에 선정된 은평구립역촌노인복지관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 흑인이자 여성이었으며 성소수자였던 60년대 미국의 인권운동가 안젤라 Y. 데이비스의 말이다. 제 앞을 가로막은 벽, 첩첩이 들어선 막막함에 균열을 일으키는 선언이다. 벽 앞에 서서 빙 둘러갈지, 팔짝 뛰어넘을지, 이전으로 뒤돌아갈지, 그저 포기할지, 찬찬히 바라볼지, 있는 힘껏 부숴버릴지 고민될 때 그녀는 넘어뜨리라고, 혼자 가려 말고 함께 갈 길을 만들라고 이야기한다. 그것은 막다른 골목에 봉착했을 때 무엇을 문제로 인식할 것인지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본질에 맞닿는 핵심을 고민한다. 2006년에 시작된 아름다운재단 ‘홀로사는 어르신을 위한 국배달 지원사업’은 늘 그 고민을 불러일으킨다. 국배달 서비스가 관성에 젖지 않기를 바라고 그저 때 되면 시혜처럼 뿌려지는 이벤트가 아니기를 희망한다.
무엇보다 현장 활동가들의 품이 많이 드는 사업이라 더 면밀히 고심했다. 대상자의 만족도를 가늠하며 ‘이것이 꼭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수시로 품었다. 한 마디로 적확한 서비스인가가 관건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보온병에 국을 담아 가가호호 방문하는 게 독거노인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 건강상 나트륨이 많은 국을 먹는 게 좋지 않은데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어떠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 까닭이었다. 왜 ‘국배달’ 이어야 하는지를 좀 더 명확하게 해야 할 시점에 만난 은평구립역촌노인복지관은 그래서 반가웠다.
발품을 팔아 복지사각지대를 찾다
은평구립역촌노인복지관 (왼) 송영숙 자원봉사자, 장은아 영양사, 백광현 사회복지사
“국배달 지원사업은 2009년부터 시작했고 저는 2012년 재가복지를 담당하면서 참여했습니다. 매년 11월 말부터 3월 중순까지 밑반찬 서비스와 함께 국을 16회 배달하는데, 1주일에 한 번 보온병에 담아 30분께 제공하고 있습니다. 11월이 다가오면 올해는 국배달 서비스하지 않느냐고 묻기도 하세요. 6년여 지속해 온 사업이라 가능한 결과입니다.”
은평구립역촌노인복지관 백광현 사회복지사는 홀로사는 어르신을 위한 국배달 지원사업이 오랫동안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더욱 뜻 깊다고 덧붙인다. 아홉명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2년째 사업을 진행 중인 백광현 사회복지사는 역촌동을 기점으로 불광동과 응암 두 코스로 나눠 독거노인을 찾는다. 보조금을 받는 기초생활수급자보다 지원을 못 받는 차상위계층, 스스로 조리하기 힘든 남자,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먼저 살핀다.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에게 닿으려면 몇 배로 뛰어다녀야 하지만 그쯤은 감수한다. 지원이 몇몇에게로 집중돼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모두가 누려야 할 따뜻함, 인간의 지극히 당연한 권리를 기꺼이 쥐어주기 위해서다.
국배달 지원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백광현 사회복지사
“조리하고 2시간 이내로 배달을 끝냅니다, 바로 만들어진 것을 드실 수 있게. 신선도가 중요한데 면역이 약하신 분들이 외려 탈이 나서 더 큰 병으로 번지면 안 되니까요. 또 하나 신경 쓰는 건 맞춤 서비스입니다. 어르신들마다 저마다의 요구사항이 있는데 이를테면 문을 두드리지 마라, 어르신 말고 할머니라 불러 달라 뭐 그런 거요. 중요한 건 그들 개인의 삶이니까요.”
사실 다른 서비스에 비하면 국 한 그릇은 대수롭지 않다. 하지만 그것이 변화의 출입구라고 백 복지사는 강조한다. 누군가와 닿을 수 있는 통로이자, 추운 겨울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매개체이다. 건네주고 잠시 머무는 잠시라도 혼자가 아니라는 걸 되새기며 우울감을 떨칠 수 있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던 지극히 개인적인 요구를 들어주고, 그런 타인을 경험하며 자기 삶을 꾸릴 힘을 얻는다고. 온기를 나누는 지원사업이라는 말이 괜한 수식은 아니다.
두려워말고 필요한 것을 제공하라
은평구립역촌노인복지관 장은아 영양사
“어르신들이 무엇을 드셔야 될지 고민이 많아요. 외부에선 나트륨이 걱정이라고들 하지만 그건 정말 단편적인 지식의 접근입니다. 사시사철 진행하는 사업도 아니고, 어르신들은 나트륨 과다 섭취보다 단백질 결핍, 겨울철 저체온증이 훨씬 시급한 문제거든요. 국을 제공할 때 염도를 조절하고 단백질을 제공하면 됩니다. 혼자 계시면 나트륨 덩어리인 라면을 드시거나 물에 밥을 말아 김치 몇 조각으로 한끼를 때울 분들인걸요. 다양한 국을 따뜻하게 드시도록 지원하는 게 이 사업의 중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0년 부터 국배달 지원사업에 참여 중인 장은아 영양사는 독거노인에게 필요한 것은 다른 무엇보다 균형 잡힌 밥상이라고 당부했다. 일반인도 접하기 어려운 떡만둣국, 선짓국, 닭고기 백숙 같은 메뉴를 제공하는 이유였다. 특히 살림에 서툰 남자노인에겐 따뜻한 국 한 그릇이 자기 자신을 위한 밥상을 차리게 하는 촉매가 된다. 2년 동안 백광현 복지사와 장은아 영양사와 호흡을 맞추며 독거노인과 복지관의 연결고리로 자리한 자원봉사자 송영숙 씨 역시 홀로사는 어르신을 위한 국배달 지원사업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
은평구립역촌노인복지관 송영숙 자원봉사자
“어르신들 찾으러 가면 난방이 잘 안 돼 있어요. 난방비용이 만만치 않으니까요. 그런 분들이 따뜻한 국물을 드시면 잠시나마 속이 데워지겠다고 생각하면 그나마 한시름 놓여요.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보니 체온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던데 달리 방법은 없고 생각하면 속상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국 보온통을 들고 방문할 수 있다니… 여러 말이 뭐 필요하겠어요. 그저 좋습니다. 꼭 필요한 것을 전달해 드리는 기쁨일 수 있겠네요.”
따뜻한 국은 독거노인의 무기력과 고립의 사슬을 녹이기 충분하다. 그렇게 늙음과 가난, 무관심으로 쌓아올린 벽이 보기 좋게 눕는다. 이내 세상과의 다리가 된 벽 위로 그들의 결핍을 채울 저마다의 진심이 드나든다. 은평구립역촌노인복지관 3인방과 아름다운재단 기부자들이 빚은 콜라보다.
글. 우승연 ㅣ 사진. 임다윤
<출처 : 아름다운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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