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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 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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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874회 작성일 08-12-1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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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래기 밥상 앞에서

시래기를 지졌다
된장에 조물조물 버무려 푹 무르게 지졌다
투박한 질그릇에 고봉으로 올려 담았다
밥상에 내려놓기도 전에 목구멍이 먼저 열린다

솔솔 김이 오르는
노란 조밥 한술에 엄지손가락 검지손가락이
덥석 무시래기 걸쳐 얹는다

찝찔 구수한 된장물이 혀를 감친다

문득 너무도 순간적으로 스치는 얼굴
검버섯이 이마에 피어있는 이** 어머니가
목구멍 넘어가던 시래기에 매달린다

이** 어머니는 복지관 한글교실 학생이다

청상으로 외동아들만 바라보고
부셔져라 뒷바라지 하셨단다

결혼하여 나가 살고 있는 아들은
공무원으로 살만하다 한다

이** 어머니는 어쩌다 집안 얘기를 할라치면
한 가지만 말씀하셨다

“우리 며느리는 일 년이 되도록 전화 한 통이 없어.”
속창에서 빠져나오는 소리,
그 소리에서 나는 울 엄마를 만난다

엄마는 곰살갑지 못한 나에게 언제나 먼저 소식을 전하셨다

“애들은 학교 갔다 왔냐?”
“밥은 먹었냐?”
“어디 아프냐?”
“콩나물 밥 할 건데 어서 오거라.”

엄마는 수많은 색실을 뽑아놓고 고치 속으로 들어가셨다
찬바람 불고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만 엄마의 팔처럼 흔들리고 있다

돌아가신 엄마가 보고 싶듯
요즘 한글교실에 나오지 못하고 계시는

이** 어머니가 몹시 궁금하다

너무도 소박한 시래기 밥상에서
정갈한 이** 어머니의 눈물이
짭쪼름한 된장 물속에 스민다

조만간 전화 한번 드려야겠다
자판기 커피라도 마시며 삐걱 이는
이** 어머니의 가슴 문을 살짝
열어드려야겠다

찬바람이 더 불기 전에 

- 이 글은 한글교실 강사님으로 봉사 하고 계시는 이미선선생님의 자원봉사 수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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