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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치매가족 체험수기 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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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849회 작성일 07-09-1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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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3회 세계치매의날 서울시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실시한 2007년 치매가족체험수기 공모에서 우리센터  김화진 어르신 보호자님께서  우수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어머님과 나는 전쟁 중


                                                                     이 보 영


나의 기상시간 5시 30분.

식사준비 신랑 출근시키기.

7시부터는 어머님과 하루를 시작 한다.

“어머니 일어나야지”일으켜드리고 화장실로 모신다.

변기에 앉혀드리고 난 화장실 문지방에 앉아서 귀를 기울인다. 쪼르르 소리가 날 때까지.

시간이 좀 흐르도록 소리가 없으면 그때부터 대화가 오고간다.

“오줌 눴어요?”

“아니”

“나올 것 같아요?”

“아니”

“그럼 일어날래요?”

같은 대화가 여러 번 반복된다.

소변을 못 보시거나 소변이 안 나올 것 같고, 일어나겠다고 하면 새 기저귀로 갈아드린다.

세면대에 세워드리고“어머니 이 빼시고요 ”하며 칫솔에 치약을 발라드린다.

(때로는 이를 안 빼려고 하신다. 안 닦으면 냄새도 나고 어머니 위생상에도 안 좋고 해서 억지로라도 빼드리려고 하면 어머님은 강하게 저항을 하신다. 소리치고 욕하고 꼬집고 물고 때리고...이렇게 실랑이를 하다보면 40분 정도가 흐른다.)

“어머니 잇몸도 닦고 입천장도 닦고....혀도 닦고”

“올롤로패(가글)해야지. 올롤로패 한번 더하고...”

“칫솔 닦아서 올려놓고”

“헹궈서 끼우고...”

“물 끄지 말고 세수도 해야지”

“비누칠하고 ”

계속해서 옆에서 말을 하지 않으면 잊어버리시는지 생략을 하시려고 하면 난 급박한 목소리로 “올롤로패하고”“올롤로패 ”“올롤로패를 하고 이를 끼워야지”

“얼굴에도 비누칠 해야지”“비누칠 하세요.....”

같은 말을 여러 번씩 반복 한다. 앵무새가 된 듯하다.

어머님과 실랑이 하느라 시간이 길어지면 학교 보낼 아이들 챙기기에 시간이 모자라서 정신

없이 서두른다.


어머니 식사하는 시간 40 ~ 50분.

조금이라도 씹히는 것이 있으면 삼키지를 않으신다.

음식을 손으로 만지려고도 하시고 떨어진 음식찌꺼기 반찬그릇에 넣으려고도 하시고 입에 있는 음식을 그릇 옆에 뱉기도 하시고 씹다가 씹다가 삼키지 못한 것은 손에 뱉어 경단을 만들어 그릇에 담아 놓기도 해서 식사 때도 옆에서 지켜보며 숟가락에 반찬도 올려드리고 시중을 들어야한다. 어머님을 보내드리고 나면 한시름 놓는다.

내 할 일도 하고 볼일도 보고 모자라는 잠도 좀 자고.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 가는 것 같다.


4시40분쯤 어머니 오시는 시간.

다녀오시느라 힘이 드셨을 터이니 야쿠르트 하나 드시게 해드리고 침대에 누워계시게 한다.

저녁 식사 후에는 소화를 시켜야하는데 침대로 가서 누우려고만 하시니 거실의 의자에 앉혀드린다. 침대로 가서 눕겠다고 고집을 부리시고 난 또 좀 앉아계시라고 한다.

이렇게 또 실랑이가 벌어진다.

주무시다 새벽 1시~2시 사이에 소변을 한 번 더 보게 해드린다.

“화장실 가시게 일어나세요.”하면

항상“안 가도 돼”“안가”“안가고 싶어”“싫다니까”짜증을 내신다. 

그렇다고 어머님 뜻에 따를 내가 아니다. 하루 중 마지막 치루는 전쟁이다.

기저귀를 만질 때도 있으시고 자꾸 몸을 뒤척거리시니 기저귀가 쏠려서 혹은 소변양이 많아서 새어나오면 옷에 이불에 목욕까지 일이 더 커지므로 소변을 중간에 보게 해 드리는 것이 내게는 더 편하기 때문에 또 억지로 화장실로 모신다.

이것이 어머님과 함께하는 나의 하루 일과이다.


목욕을 시켜드릴 때도 전쟁을 치른다.

“옷 벗으세요”

“가만있어”소리 지르신다.

“가만있잖아요. 얼른 옷을 벗어야 목욕을 하지”

물 온도를 맞추어서 샤워기로 물을 뿌려 드린다.

같은 온도인데도“뜨거워”“차가와”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신다.

타월에 비누칠해서 온몸을 닦아드린다.

닦아드리는 손을 탁 뿌리치며 신경질도 내시고 소리도 지르고 하신다.

“내가 어머니 도와 드리는 건데 왜 나한테 신경질 내요” 하고 나도 화를 낸다.

엉덩이를 닦아 드릴 때면 엉덩이를 흔들면서 소리 지르고 화를 내신다.

부끄러운 곳이라 남의 손길 닿는 것이 기분이 나쁘셔서인 것 같다.

“나도 하기 싫은데 어쩔 수 없어서 하는 거니까 신경질 좀 부리지마세요”하고 소리 지른다. 발바닥과 발가락 사이를 닦을 때도 항상 화를 내신다. 꼬집고 못 닦게 한다. 간지럽다고. 그렇다고 안 닦을 수도 없고 발가락 사이 간지럽다고 하면서 닦지도 못하게 하면 어쩌냐고 나도 화를 낸다. 어머님 목욕시키면서 큰소리가 많이 오고 간다. 끝나고 나면 녹초가 된다. 너무 마찰이 심해 소리 지르고 욕하고 꼬집고 할 때는 내가 모질게 어머님을 대한다.

그러면 또 잠잠해 지시고 얌전하게 따르신다. 이럴 때면 죄송하기도 하고 가여우시기도 하고 죄책감도 들고 이런 기분 정말 싫다. 내가 너무 모질게 해서인지“저 독한 것 안통하지”싶어서 인지 저항을 내게는 덜 하시는듯하다.


어머님은 정말 건강하셨고 무척이나 따뜻한 분이셨다.

세상에 이렇게 나쁜 사람도 있구나 할 정도로 어머님께 엄청난 피해를 주었던 사람이 있었다. 자신이 그 사람을 용서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다음은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 또 그 사람이 어려운 일을 겪었을 땐 돕기까지 하신 원수를 사랑하는 그런 실천을 하신 분이 우리 어머님이시다. 자식들에게 해준 게 없다고 자식 돈 쓰는 것이 안쓰러워 외식도 안하겠다고 하시는 그런 분이시다. 독실한 카톨릭 신자이시며  봉사를 늘 하시는 그런 분이셨다.

며느리들에게 싫은 소리 한번 안하시는 분이셨다. 그래서 난 어머님을 존경하고 좋아했었다. 그런 어머님이 뇌출혈로 쓰러 지셨고 한 달 넘게 중환자실에 계시면서 뇌세포가 반 이상이 죽었고 치매까지 진행 중이시다.

전에는 치매가 단순히 아기가 되는 병으로만 알았다.

아기하나 더 키운다고 생각하면 되나보다 했었다.

해서 퇴원하고 건강이 회복되시면 아기 다루듯이 손 꼭 잡고 외출도 하고 맛있는 것도 해 드리고 어린아이 대하 듯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너는 며느리 나는 시어머니 이런 의식이 남아 있어서인지 하기 싫은 것 하라하고 하고 싶은 것 못하게 하고 고분고분 하지도 않고 대들고 하는 며느리의 행동이 너무 괘씸하고 노여우신가 보다.

이런 감정들이 쌓여 침대에 누워계신 어머님께 웃는 얼굴로

“어머니 아까 목욕 깨끗하게  해드리고 새 옷 입혀드렸는데 왜 자꾸 바지를 벗으려 하셨어요?”하고 여쭈었더니“발로 차 버리기 전에 저리로 가버려”하시는 말씀에 난 너무 절망감을 느꼈었다. 내가 너무 존경하고 좋아하는 어머니신데 정말  미움 받고 싶지 않았는데 병은 자식들이 들게 해 놓고(자식 걱정하시다가 뇌출혈이 오셨다.) 악역은 나 혼자 맡아서 미움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속상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 후로 시도 때도 없이 아무 생각안하고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흐르고 슬픔이 북받쳐 오르고 많이도 울었었다. 이것이 우울증 인가 보다.

극복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고 극복하고 나니 많은 피해 의식과 원망이 밀려왔다.

나 몰라라 하고 함께 나누려고 하지 않는 형제들이 미웠고 많은 병원비에 아이들 방치하며 어머님 병간호하고 아파서 물리치료 받아가면서까지 기꺼이 어머니 간호 해드린 내가 바보짓을 한 것은 아닌가 싶었고“도대체 누구 엄마야?”하는 의문과 함께 내 마음속도 점점 좁아져만 갔다.


이젠 시간이 흘러 마음도 좀 비우고 포기할건 포기하기도 했지만.

치매 부모님을 성심으로 합심하여 같이 돌보는 형제들의 사연을 접할 때면 부럽고 치매 걸린 엄마가 아기 같아서 너무 귀엽다고 표현하는 책을 읽으면 어머님이 귀엽게 느껴지지 않는 내가 너무 싫고 어쩌다 치매 시할머니를 너무 예쁘게 모시는 며느리가 나오는 드라마를 보노라면 내 자신과 너무 비교가 되어 죄책감도 든다.

차라리 악해서 내 행동에 대해 죄책감이 안 들던지 착해서 지극 정성으로 잘해드리던지 하면 좋을 텐데 맘속에선 항상 두 마음이 싸우고 있어 그게 더 견디기 힘든 것 같다


잠시 마트에 다녀온 것뿐인데 벌써 온 집안이 변 냄새로 진동을 한다.

어머님 방에 들어가니 기저귀는 빼놓으시고 손에, 옷에, 침대에, 벽에, 변이 잔득 묻어 있었다. 아마도 혼자서 처리하려고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았다

그 후로는 변을 보실 때 쯤 되면 유심히 지켜본다.

힘을 주거나 냄새가 나거나 약간의 조짐이라도 보이면 화장실로 모신다.

안 쌌다고, 안 간다고 억지 부리셔도 억지로 화장실로 모신다.

변을 만지든가 변기 물을 손으로 휘젓는다던가 하는 행동도 하신다.

며느리가 괘씸해 심술을 부리시는건지 정말 모르겠다.

요즘은 운동량이 너무 없으시니 장기능이 너무 약해지셨다.

변을 잘 못 보셔서 처음엔 먹는 약으로 해결을 했는데 이제는 좌약도 관장약도 말을 안 듣는다. 어쩔 땐 변을 며칠 동안 계속 기저귀에 찔끔찔끔 싸신다. 이렇게라도 변을 보시면 차라리 다행이다. 2주까지도 변을 못 보실 땐 정말 걱정이 너무 커진다.


어머님 집에 계실 땐 대화가 거의 없다.

말을 걸고 싶어도 할 말이 없다.

고작해야 농담 몇 마디. 질문 몇 개.

그리고는 TV 보시는 게 전부인데.

그런 어머니께서 요즘은 은평 치매주간보호센터에 다니신다.

규칙적인 생활과 다양한 프로그램에 또 어머님 모시러 다니는 차에서 내려 집까지 걷는 동안 잠깐이나마 운동이 되어 좋고 애써주시는 사회복지사 선생님들 계시니 더 많이 보고 접하고 느끼며 대화도 더 많이 하실 터이니 그곳에서는 적어도 심심치 않게 지낼 수 있겠구나 하며 그런 혜택을 받을 수 있음이 다행이고 감사하다. 하지만 집에서 하는 행동 그대로 보호센터에서도 하시는지 가끔 어머님께서 선생님들께 남긴 상처를 볼 때면 너무 죄송스러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 강요 할 때만 아니면 어머님이랑 부딪힐 일은 없다

그래서 아직은 엄살 부릴 정도로, 견디지 못할 정도로 힘이 들진 않지만 그래도 치매가 조금씩 진행 중이시라 점점 더 심해져서 내가 감당 못 할 정도가 되면 어쩌나 걱정이 앞선다.

언제까지 사실지는 모르겠지만 사시는 동안 이대로만 계셔도 좋을 텐데.


오늘도 하루를 마감하며 많은 후회를 한고 반성을 한다.

화내지 말고 소리 지르지 말고 잘해 드릴 걸.

어머님은 환자인데 똑같이 반응하고 내가 왜 이러나.

이러다 어머니 돌아가셔도 자격 없음에 울지도 못하면 어쩌려고.

매일 이렇게 어머님과 싸우고 소리 지르고 하니 우리 아이들이 엄마를 어찌 생각할까.

나는 형제에 대한 서운함과 어머님에 대한 안쓰러움만 있지만.

신랑은 내게 미안한 마음까지 더 있을 텐데 얼마나 힘들까?

신랑을 위해서라도 내가 좀 참고 잘해야 하지 않을까 라고.


그리고....

내일은....

어머님과의 전쟁이 없는 행복한 하루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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