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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 수기 - 이미선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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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806회 작성일 07-11-2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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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선생님은 우리 역촌노인복지센터 한글반에서 어르신들의 한글을 가르쳐주시는 선생님이십니다.
매주 어르신들의 작은 소망을 이루어주시는 고마운 선생님이십니다. "
 


어머니의 손은 참 따스합니다.

                           

                                             이 미 선



   늘 푸른 나무 되어라.

   독수리 날개 쳐 오르듯 최선을 다하라.

   가난한 이웃을  사랑하라.


 누가 어머니를 고향이라고 했던가요.

평생 끊지 못하는 자식과의 질긴 탯줄!

내 몸 더우면 우리 아이들 더워서 어쩔까, 세상이 소란스러우면 우리 아이들 살기 힘들어지지 않을까. 언제나 어디서나 늘 자식에게 열려있는 눈과 귀 그리고 가슴. 길을 가다가 다치거나 아픈 사람을 보면 혹시 내 새끼 아닐까? 급하여져서 몰려있는 사람들 틈을 거침없이 제치고 두 방망이질 치는 가슴으로 꼭 확인해야 하는 어머니. 그렇게 하시고도 어디 다른 곳에서 내 새끼 다치지 않았을까 마음 편치 않아 여기저기 연락하여 목소리라도 들어야만 요동치는 가슴 쓸어 내시는 어머니. 오늘 그 어머니가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까막눈으로, 개미처럼 새벽부터 밤까지 분주하고 부지런하게 일하여 자식들 둥지 틀어 주시고 나니, 덩그마니 남은 빈 책상이 새록새록 눈에 듭니다. 굽어진 손에 거머쥔 연필이 자꾸 미끄러지고 어색하지만 손자손녀 달래듯 한 글자 한 글자 얼레며 내려놓습니다. 닫혔던 한 쪽 세상이 빠끔히 열리고 있습니다.


    마음을 강하게 하라 담대 하라.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


 세상 어느 끝에 가 있다하더라도 하루 한 순간 마음에서 내려놓지 못하시며 간절한 편지를 보냅니다. 비록 글로 쓰진 못하여도 비록 언제나 같은 내용이지만 보이지 않는 전율의 편지를 보냅니다. 건강 잃지 마라. 잘못 된 길은 눈도 돌리지 마라. 깊은 밤하늘 수없이 빛나는 별들 중 저 붙박이별처럼 변함없어라. 저 붙박이별처럼 인도자가 되어라. 수십 번의 계절이 변하여도 어머니의 기도는 한결같았습니다. 이제 곱아진 손으로 어머니는 한 땀 한 땀 기도문을 적어 내려갑니다.


   감사합니다.

   머리 숙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어디서 이런 보람과 행복을 맛 볼 수 있을까요. 나는 매주 나의 어머니들을 만납니다. 결석하신 분이나 안색이 좋지 않아 보이시는 분이 계시면 꼬치꼬치 안부를 묻게 되고 당부에 당부를 하게 됩니다. 건강하셔야 해요. 꼭 건강하셔야 해요. 지난 가을 엄마가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 돌아가신지 채 1년이 안되어 엄마까지 질기고 질긴 탯줄을 흙 속에 묻으셨습니다. 너무 힘든 날들이었습니다. 매주 만나는 어머니들에게 내색할 수 없었습니다. 혹시라도 마음에 안 좋은 생각을 가지시거나 기운 빠지시는 일이 될까봐 내색할 수 없었습니다. 하루라도 더 건강하게 이 밝은 세상을 바라보시길 바랍니다. 어느 한 분 훌륭하지 않으신 분 없으십니다. 지금의 이 나라 이끌고 가는 자식들! 누구입니까? 잘 가르쳐야 한다는 한가지 밖에 모르시던

 저 허리 아픈 어머니

 저 다리 절룩이는 어머니

 저 숨차하시는 어머니

 저 가는 귀 먹어버린 어머니 우리들의 어머니이십니다.


 매주 어머니들은 역촌노인복지센터 한글교실로 모이십니다. 어머니들은 띄엄띄엄 글을 읽어 나가고 나는 어머니들에게서 치열하고 진정했던 삶의 파편들을 배워나갑니다. 먼 길 떠나신 내 엄마의 밝게 웃으시는 얼굴을, 거친 손으로 어루만지시던 그 애틋한 손길을 마주 대하는 행복을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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